추석 때 먹은 음식이 잘못 되었는지 지난주 어머님이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그런 어머니를 보고 아버지는 짜증을 내셨다. 깊이 생각해 보면 그것이 어머니를 걱정하는 아버지의 표현방식이다.
집에는 아버지와 주말가족을 하는 나와 단 둘만 지냈다.
당연히 설거지와 밥하기는 나의 일이 되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평소에는 당신의 손으로 밥상을 차리지 않던 아버지께서 손수 밥을 챙겨 드시는 것이었다.
아침에는 나보다 아버지께서 먼저 일어나서 아침을 챙기시고 낚시를 가시든지 다른 일을 보러가신다.




일어나 아침을 챙기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서면 밥을 드신 흔적이 없다.
싱크대에 설거지 그릇도 없기 때문이다.
혹시나 싶어 밥통 두껑을 열어보면 밥을 드신 흔적이 남았다.
그리고 저녁에도 퇴근하고 와서 보면 설거지 그릇은 없지만 밥통에는 흔적이 남았다.




70년을 사시면서 변하지 않던 것이 어머님의 입원으로 환경이 바뀌면서 당신의 생활방식도 바뀐 것이다.
 
일요일 아침 귀산으로 낚시를 가셨다.
귀산은 아버지께서 가끔 가시는 낚시터다.
나에게는 어릴적 아버지와 고기잡이 하던 기억이 있다.
지금의 로템이 자리잡은 곳이 나의 고향이다. 창원천에서 수영을 하고, 게를 잡고, 재첩을 잡고, 새우를 잡던 곳
검은 고무신으로 모래밭에서 자동차 놀이를 하던 곳
겨울에는 두껍게 얼어 썰매를 탔었다. 내 얼굴의 가장 높은 곳인 코끝에는 그때 만들어진 상처가 남아있다.



숭어철이 되면 남천과 창원천이 만나는 곳에 아버지는 그물을 놓았다.
나는 아버지가 고기잡이를 할 때면 따라 갔었고 숭어잡이 하는 것을 구경했었다.
아버지가 그물을 놓고 숭어를 잡는 날이면 동내 잔치가 집에서 벌어졌었다.
내가 처음 접했던 회도 숭어였고, 어릴적 특히 숭어밤의 오돌오돌 씹히는 맛을 좋아했던 것 같다.
 
일요일 오후 비가 그치고 혹시나 싶어 사무실에서 귀산으로 오토바이를 몰았다.
바다 갯내음을 맡아야 조금이라도 스트레스가 풀릴 것같기도 하고, 그보다는 아직 비를 맞으면서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소주도 챙겨 가셨는데..
 
귀산을 한바퀴 다 둘러 보아도 보이질 낳으셨다. 아버지와 함께 밤낚시를 하던 그 자리도 비어 있었다.
대신 자동차를 몰고 가족단위 혹은 연인들이 귀산 해안가를 점령하고 있었다.
집으로 가신 것이 틀림없다 싶어 집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향했다.
 
낚시를 다녀온 흔적은 없었지만 밥통에는 흔적이 남아있었다.
저녁을 먹으려고 준비하는 아버지께서 들어오셨다. 밭에 다녀오신다고..
잡은 고기는 뒷 집에 주었다고 한다.
 
여느 때는 낚시를 가시면 잡은 고기 회로 드시고 몸을 가누지 못 할 정도로 술을 드시고는 집으로 들어오신다.
그러면 귀가 어두운 아버지와 평생을 산 어머니의 목소리는 높아만 가고...
난 못들은 척 방문을 닫고는 했는데...
오늘은 모처럼 아버지와 단 둘이 마주하고 저녁을 먹는다..
내기억에 그런 날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앞으로 이런 날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월요일 아침 어머니께서 퇴원을 하셨다.
아버지는 그날 술을 드시고 집으로 오셨고, 퇴원한 첫 날 어머니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댓글

비단화  08.09.29 19:57   
소주한잔 하고 싶네요

그리 즐기던 술도
어쩌다 마시는 요즘

가을이라.....소주한잔 하면 좋으련만
오늘도 소주대신 커피한잔으로
 
 
구르다보면  08.09.30 09:40   
전 술 못합니다.
먹어 볼려고 크게 노력하지도 않았지만
술 맛이 저한테는 영 아닙니다.
강원도 이제 완전 가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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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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