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나를 지켜보는 CCTV, 도로 위의 단속카메라, 인도 위 장애인 점자블록 옆에 세워진 볼라드와 각종 경고문

사람 사는 세상은 불신으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런 불신에 대한 흔적을 심심찮게 생활에서 확인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에 대해 무감각하고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불신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요일 '경남의 길, 소셜미디어를 만나다.'는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거제 공곶이를 방문하였습니다.
공곶이는 봄이면 노랗게 물드는 수만 그루의 수선화와 수만 그루의 종려나무숲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수십 년간 노부부가 조용히 일군 곳입니다.

2007년에도 찾았으니 두 번째 방문입니다.


▲ 거제 공곶이의 종려나무 숲



사람 손을 타서 그랬는지, 자연이 그랬는지 노부부의 땀으로 쌓았을 돌담의 일부분이 무너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앞으로는 출입을 통제한다는 의미의 줄과 푯말이 달려 있었습니다.
2007년에는 돌담을 둘러보았습니다.

함께한 일행들이 뭘 봐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 몇 분에게 여기 와 보라며 서둘러 손짓을 하기도 했습니다.
공곶이를 가꾸는데 노부부의 노력을 잘 나타내 주는 것이 돌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습니다.


▲ 무너진 공곶이 돌담. 2011.5.29 촬영



무너진 돌담을 보고 돌아서는데 마음이 개운치가 않았습니다.
공곶이 해변으로 가는 동백 터널을 돌아서 다 빠져나왔는데 입구에 마련된 둥굴레 무인판매에 다시금 눈이 갑니다.
공곶이를 찾을 때는 둥굴레를 판매하고 있구나 생각하고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하면
이것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라는 것을 금방 느낍니다.


▲ 공곶이 둥글레 무인판매



거제 공곶이는 제법 유명한 곳입니다.
2007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예구마을에서 오르는 길은 잘 정리가 되어 차도 충분히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을 넓혀 놓았습니다.
아마, 올봄 수선화와 동백꽃이 피었을 때는 공곶이는 몸살 했을 것입니다.
전국에서 찾은 그 많은 사람의 마음이 다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둥굴레를 무인판매 하는 것은 이곳을 일군 노부부의 사람에 대한 믿음의 징표일 것입니다.
파도소리와 돌 구르는 소리를 좋아해서 공곶이를 찾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 없을 거라는 믿음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좋은 경치와 맑은 공기를 마셨기에 즐거운 길이었고
내가 잃어가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일깨워 준 노부부의 가르침이 있어 행복한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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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 | 거제 공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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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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