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도 할려면 부지런 해야 겠다. 삶과 생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이기에  반복적 일상도 있지만 경험하지 않은 새로 것을 만나게 되면 기록해야 한다는 강박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일상에 빠져 때를 놓쳐 버리면 차일 피일 미루게 되고 기억은 희미해 진다.

시간 날 때 해야지 하며 미루어 둔 지난 5월의 스쿠터 동해일주도 그렇게 되어 가는 것 같아 걱정인데, 지난 7월 29일 일하는 동료들과 지리산 둘레길을 다녀왔다. 하루의 짧은 일정에 두 시간 조금 넘게 둘레길 걷기를 하였지만 알지 못했던 길에 대한 많은 사연을 접했다.

7시 50분 사무실 앞에 집결하여 8시 조금 지나 함양으로 출발 하였다. 평일 고속도로라 붐비지 않았고, 전 날 내린 비로 나무들은 싱그러웠다.

얼마 만인지 기억도 없다. 동료 중에 한 사람이 뽀빠이를 꺼냈다. 봉지 모양이 다르고 과자 두께도 달랐지만 뽀빠이다. 별사탕도 들어 있었다. 별사탕을 녹이며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오늘 우리가 걷게 되는 길도 어린시절 뛰놀고, 학교 가던 그 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생활의 일부였던 그 길이 지금은 시간을 내고 돈을 들여 애써 찾아야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왜 그렇게 되어버렸을까?



우리 일행은 지리산 둘레길 2구간의 일부인 의중마을에서 벽송사 까지의 약 6Km를 걸었다.

지리산 둘레길은....


창원을 출발하고 두 시간 조금 더 걸려 의중마을에 도착하였다. 의중마을은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에 있는 지리산 둘레길 2구간이 시작되는 마을이다.


이 날 길에 대한 안내는 우리 단체의 이사로 활동하는 최헌섭 선생이 해주었다.
최선생님의 설명으로는 함양 사람들은 마천을 동구마천이라 부른다 하는데 동구는 구석지고 외진 곳이라는 뜻이다. 의중마을은 의탄리의 중심에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의탄리는 예전 의탄소라는 목기장이 모여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마천 옻이 유명한 것도 목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옻을 목기가 아닌 뱃속에 칠을 했으니 지금도 고생하는 것이다.
(2009/08/02 - 지리산 마천 옻닭으로 몸안에 옻칠하고..)

◎ 한국의 오지 함양 동구마천



2009.7.29(수)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 의중마을회관 앞에서 경남정보사회연구소 최헌섭 이사가 우리가 가야할 곳에 대한 사전 설명을 하고 있다.




의중마을은 어릴적 추억이 생각나는 스레트 집들도 있었다. 이불이 늘려 있기에 사람이 살고 있구나 알 수 있지만, 내가 일상에서 만나는 도시의 생기는 찾아 볼 수 없다.
지리산 둘레길이 의중마을에도 생기를 불어 넣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의중마을회관을 뒤로 하고 지리산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리산 길은 붉은 고추가 평상에서 말라가는 풍경으로 시작되었다.




시멘트 포장길이 끝나고 흙길이 시작되는 자리에 '지리산 벽송사'라는 안내 표지가 나온다. 걸어 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 시작되는 것이다.
외지인에게만 벽송사 가는 지리산길이다. 이미 벽송사 가는 길은 아스팔트 포장길로 잘 닦여 있기에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부르지 않을 것이다.  이 곳이 삶터이고, 길이 생활의 일부인 사람들에게는 밭일 가는 그냥 길이다.




이번 수련회의 주제는 '소통'이다. 그래서 세상을 이어주는 길을 택하였다.
도심의 단조로운 길은 밋밋하기에,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걸음으로 만들어진 사연이 깃든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것이다. 길을 걸을며 각자에게 주어진 과제는 소통을 생각하며 그것을 주제로 사진을 담는 것이다.




전 날 내린 비로 계곡에는 물이 흐르고, 그 옆에는 산수국이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흐린 날에 숲길을 걷는 것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지만, 걷는 것이 일상의 아주 일부분이 되어 버린 때문인지 가방을 맨 등짝에는 땀이 흥근하게 배어나온다.

시누대 숲을 만났다. 동료중 한사람이 시누대 숲을 지나지 못하고 나를 기다린다. 대숲에서 귀신을 보았다는 평소에는 생각지도 않은 어릴적 추억이 불현듯 생각난 것이다.

지금은 산짐승들의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겠지만, 전쟁이 한참이던 그때 부상당한 빨치산이 이 숲에 몸을 숨겼을 것이라는 상상도 한다.




땀을 닦으며 잠시 쉰 크고 둥근 바위 끝에는 담쟁이가 경계선을 만들고 있다.
우리 일행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 오는 한 여인을 만났다. 무슨 맘으로 이 길을 혼자 걷고 있을까 잠시 궁금했다.

갈림길에 안내판 하나가 세워져있다.
이 곳이 예전에는 사화촌이었고 이 길은 절을 찾는 사람들이 다녔던 길이라고 적혀있다. 절 하나가 있음으로 마을 하나를 이룬 것이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쉬엄 쉬엄 걸었다. 일행들은 벌써 저만치 멀리가 버렸다.
나무로 덮었지만 쇠로 만든 철책계단이 나온다. 지리산 둘레길에서 만난 이 계단이 그렇게 기분 좋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계단을 오르니 차가 다닐 수 있는 큰 길이 나온다.
잠자리 한마리를 만났다. 날개를 말리는 것인지 가까이 가도 꼼짝을 하지 않는다.
나이를 너무 먹어 버린 것일까. 예전에는 이런 녀석은 잡아서 뭐라도 했을 것인데..




평상복 차림의 사람들이 보인다. 근데 우리 일행은 없다. 잠시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일반 절과 다른 풍경의 서암정사가 나타났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어 오며 반반한 바위를 볼 때 마다 불상조각이 있을법한데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눈 앞에 펼쳐진 서암정사 입구 바위에 사천왕상이 조각되어 있다.

서암정사 사천왕상




고정관념 때문일까? 신기하면서도 낯설다. 그리고 사람 손이 많이 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평가하지 말자...100년, 200년 그리고 훨씬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지 않겠는가?

일행들에 뒤쳐저 1시간 남짓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다. 많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냥 물소리 들으며 주변풍경을 익히며 호흡하며 걸었다.
인사도 하지 않고 스쳐 지난 그 여인도 그러지 않았을까?

다음 비유에서 본 의중마을에서 서암정사 까지의 둘레길(안내선은 약간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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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 지리산길 2구간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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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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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정부권 2009.08.05 10: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습니다. 지리산 둘레길... 나도 애 데리고 한번 가고 싶네요.

    • BlogIcon 구르다 2009.08.05 10: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 여름 가기전에 다녀오세요.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조용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심심하지 않는 길이라 할까요..

  2. BlogIcon 林馬 2009.08.05 13: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여름 참 존곳에 다녀오셨네요^^*
    함양군에 근무하던 공무원 동지 중 한분이 저와 함께 해직되었다 복직되어 발령받은 곳이 마천면이라
    작년에 복직축하차 갔었는데 마천면장님이 손님왔다고 데려간곳이 면사무소 아래 신작로변 식당이었는데
    토종돼지고기 맛이 정말 일품이더군요.
    첨 가본 함양 마천면, 가파른산과 그 아래 흐르는 큰 또랑이 전부였고 간간히 경사진 언덕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시골마을을 볼 수 있었죠.
    여기오면 먼저 찾는 곳이 서암정사라며 그 곳을 안내하였는데 입구부터 천연림에 큰 나무들에 압도되었지요.
    정말 아름다운곳이라 그 동굴과 연못도 바라보이는 절경도 눈에 선합니다.

    • BlogIcon 구르다 2009.08.05 14: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산길에는 굼뱅이라 일행보다 늦게 도착해
      서암정사 여기 저기를 둘러보지는 못했습니다.

      서암정사는 다음번 글에 올릴 예정입니다.

      오늘은 하늘이 참 좋습니다.

  3. BlogIcon 실비단안개 2009.08.06 05: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으면서 일행같았습니다.

    이태전인가 - 서암정사를 다녀왔습니다.

  4. BlogIcon 크리스탈 2009.08.06 10: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구간은 오르막길 코스인데 서암정사까지 가셔서 덜 힘드셨나봅니다.
    그 뒤로 주~~욱 가셨으면 쪼메 힘드셨을낀데... ㅎㅎㅎㅎ

    저는 벽송사와 서암정사만 따로 다녀온적 있는데 좀 색다른 곳이더군요.
    어쨌거나 지리산 둘레길은 여행의 다른 맛을 느끼게 해주는듯 합니다.

  5. BlogIcon 황순규 2009.08.09 21: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여름 휴가로 인월-금계 구간 다녀왔었네요. 대구에서 가기가 가까운 곳은 아니지만, 시간 된다면 나머지 길들도 한 번쯤은 거닐어보고 싶더군요. 잘보고 갑니다.

    • BlogIcon 구르다 2009.08.10 14: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방문과 댓글 트랙백 고맙습니다.

      저도 언제 기회가 되면 차분하게 둘레길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웃음가득한 한 주 되세요^^

  6. 칭카이스 2009.11.15 03: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의중부락이 고향인 사람입니다^^
    한밤중에 인터넷 서핑중에 님의 블로그를 보고 들어왔네요..
    이제는 모두 고향을 떠나 서울서 살고 있는데 여기서 고향 마을을 보네요...
    벽송사.. 안가본지 오래됐는데 잘 보고 갑니다^^

    • BlogIcon 구르다 2009.11.15 15: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렇게 고향사진을 보여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칠선계곡에 지리산댐을 만든다고 합니다.
      그 땜으로 더 많은 사라들이 고향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고향이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방문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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