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초등학교 동창들과 동네에서 술 한잔 했습니다. 용지호수에서 야경을 찍다 불려가게 되었는데, 이미 머리에는 서리가 내리는 동창들이 만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안주 삼게 됩니다.

▲ 강원도 별미 오징어순대


가끔은 동창들이 보기에는 좀 특이하게 사는 제가 안주가 되기도 합니다. 날 잡아 놀러 가자는 이야기가 오가다, 블로그에 시리즈로 올리는 지난 봄의 2박4일 스쿠터 동해 일주가 안주가 되었습니다.

제 블로그 상단에 있는 "싸게싸게 중고기계"를 하는 친구가 20여 년 전 군대휴가 받아 갈 때는 없고 걸어서 혼자 강릉 구경한 이야기를 합니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것이 소주병을 들고 경포 해변에 퍼지고 앉아 술안주로 먹었던 오징어순대라 하더군요.

무슨 오징어순대 먹은 것이 20여 년이 지나도 잊지 못하도록 맛있을까 할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근데 전 친구의 말에 공감합니다.
지난 7번 국도 동해 일주에서 먹었던 오징어순대가 출출한 지금 생각나거든요.

아침을 먹지도 않고 하조대를 출발하여, 비를 맞으며 7번 국도를 달려 속초 동명항에 도착을 했습니다.
영금정에 올라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 속초 동명항 영금정



영금정(現) 아래 동명항 입구에 포장마차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어떤지 모르지만, 이 날은 비가 와서 그런지 손님이 없었습니다.
오뎅국물이라도 먹을까 해서 포장마차 앞에 섰는데, 오징어순대의 유혹을 그냥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 동명항 입구 오징어순대 포장마차 사장님



오동통한 오징어가 이렇게 사열을 하고 있는데, 비록 미식가는 아니지만 어찌, 못 본 척 할 수 있겠습니까?
오징어순대를 보고나니 오뎅과 튀김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어쩌면 저도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동창들과 술 한잔 하며 오징어순대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20년 뒤에 오징어순대 맛을 기억하지는 못할 겁니다.
오징어순대 맛은 추억 이거든요.


거침없이 '한 마리 썰어주세요.'하고 질렀습니다.
그리고 카메라를 들이밀었습니다.

▲ 식객을 기다리는 오징어순대



포장마차 사장님이 칼질하는 중에도 뱃속에서 꼬르륵..




그리고 이렇게 제 앞으로 딱 모셔졌습니다.
참 먹음직스럽지 않나요?



제가 술 마실 줄 알면 옆 가게로 뛰어가서 소주 일병 옆구리에 끼고 왔을 건데..
보리밭에만 가도 취하기에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꼬박 하루를 혼자 걸으며 강릉을 구경하고, 해변에서 친구가 먹었던 오징어순대 맛이
아마 이날 제가 먹은 오징어순대 맛과 같았을 겁니다.
저도 스쿠터를 타고 창원에서 출발하여 이미 이틀을 달렸고, 사흘째 7번국 도를 달리고 있으니 분위기는 같았을 겁니다.

어쩌면 저도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동창들과 술 한잔 하며 오징어순대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20년 뒤에 오징어순대 맛을 기억하지는 못할 겁니다.
오징어순대 맛은 추억 이거든요.

참 가격은 5000원 인데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합니다.
이것 먹고 민통선까지 갔는데 전혀 배고픈 줄 몰랐습니다.
이렇게 15년 전 강릉에서 먹었던 오징어덮밥과 봄에 먹은 오징어순대는
저에게 강원도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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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발행입니다. '아침 굶었느냐?' 따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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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속초시 동명동 | 동명항 오징순대포장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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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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