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서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문자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정의 집 사파동성 1**-***2 내일 저녁 6시 양손에 맥주 들고 위장은 비워서^^"

생일파티를 하는데 오라는 문자입니다.

그녀는 제 딸의 무료 과외선생이자 내가 속한 단체의 이사이기도 합니다. 또 일전에 포스팅한 2009/12/15 - [인연과 천륜/주변사람들] - 사람이 재산인 '꽃들에게 희망을' 10년 이 단체의 설립자이기도 합니다.

조금 별난 구석이 많은 그녀입니다.

딸아이에게 너희 선생님 생일인데 가자 했더니, 얼마 전 결성한 밴드 동아리 오디션 날이라 어렵다 합니다.
그래서 혼자 그녀의 생일잔치에 갔습니다.
참고로 저는 술을 먹지 않습니다. 못 먹는 것인지 안 먹는 것인지는 다들 편하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생일집에 가면서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 신호대기 중에 꽃집을 발견했습니다. 제 자가용인 스쿠터를 꽃집 앞에 세우고 꽃집으로 들어갔죠.
꽃은 보이지 않고, 화분에 담긴 녀석들만 보입니다.

꽃집 아가씨에게 물었습니다.
"관리하지 않아도 잘 사는 것이 무엇이죠"
이 말은 그녀가 뭔가를 키우는 것에는 젬병이지 않을까 하는 혼자만의 상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선인장요"하고 대답합니다.
"그럼 저 녀석으로 하나 주세요."하고 만 원짜리 선인장을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많이 아쉽습니다. 안을 들여다보니 색색의 장미가 눈에 들어옵니다.
한 송이 얼마인지 가격부터 물었습니다. 시즌이 시즌인지라 가격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종류별로 해서 **송이만 주세요."
양손에 맥주를 들고오라 했기에 그녀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녀도 여자인데.,.,생일날 꽃 한 송이는 받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전 술 대신 꽃으로 준비 하였습니다.

어제 파티에 와주셔서 정말감사합니다~남은 술은 모두 제꺼라 더욱 행복합니다^^*

꽃을 사느라 지체해서 오라는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 했습니다.
이미 그녀의 아파트 거실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20대에서 60대까지..
그녀가 초청한 사람들은 다양한 나이대입니다. 모두 그녀의 친구들입니다.

속은 비워서 오라 했는데, 저녁은 딱 두 가지입니다.
그녀 왈 "떡국과 스파게티가 있는데 뭘로 먹을래요?" "떡국은 바로 먹을 수 있고, 스파게티는 조금 기다려야 하고"
좀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으나 그녀에게 익숙한 사람들은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럼 떡국으로 먹어야지"


그렇게 그녀의 생일잔치는 무르익어 갑니다.
그녀의 친구들이 가져온 술입니다.
국산 맥주를 들고 오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그녀의 집에는 그날 저녁 세계 각국의 맥주가 입고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여러 가지 맥주를 한 자리에서 맛 보았습니다.


저는 저 맥주에 입을 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 속에 없는, 그녀의 중국인 친구가 들고 온 청도맥주는 맛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입질해 본 맥주와 첫 맛이 많이 달랐습니다.
앞으로 저도 청도맥주는 조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이날 그녀의 집에는 동네 아줌마, 약사, 변호사, 유학준비생, 아름다운가게 상근자, 사회복지사, 시민단체 대표 등 참 다양한 사람이 모였습니다.

그녀는 양력 생일을 지냅니다. 그녀가 태어난 날이 음력으로 설날이랍니다.
그래서일까요,,그녀의 모친도 그녀의 생일에 술을 보냈습니다.
이날 맥주가 아닌 다른 술을 들고 온 사람은 딱 두 사람입니다.
한 사람은 집에서 담근 매실주를 또 한 사람은 요즘 인기있는 생탁을 들고 왔습니다.
꽃을 들고 온 사람은 저 말고도 한 사람이 더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각국의 술을 음미했고, 가정용으로 나온 꼭지를 눌러 컵에 받아먹는 맥주도 등장 하였습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 보다 일찍 잠들었고

다음날
이런 문자를 사람들에게 날렸습니다.

"어제 파티에 와주셔서 정말감사합니다~남은 술은 모두 제꺼라 더욱 행복합니다^^*"

그녀의 생일은 제가 확인해 보니..
1970년 2월 6일입니다.

당사자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생일잔치를 하는 것 꽤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
갑자기 방문자가 늘어 살펴보니 다음메인에 걸렸습니다. 그녀에게 당신 생일잔치 유행하겠는데 그러니 ㅎ 라고 답이 왔습니다. 기록으로 남깁니다. 잘하면 밥 한끼 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2010.2.10(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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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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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지영 2010.02.10 16: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겟어여 ㅋㅋㅋ 부럽다

    • BlogIcon 구르다 2010.02.11 01: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러워만 마시고
      올해 생일 지나지 않았으면 한번 실행해 보세요..
      무엇으로 할지는 본인의 조건에 맞추어 하면 될 것 같습니다.

  3. 고구마 2010.02.10 16: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도맥주와 산미구엘 젤 좋아하는 맥준디,
    사진보고 눈이 번쩍!!!

    • BlogIcon 구르다 2010.02.11 01: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청도맥주는 그녀의 중국인 친구가 박스로 가져왔습니다.
      저는 잘 몰랐는데..
      맥주 중에서는 몸값이 비싼 맥주라고..
      한병이 600ml 정도 되는 큰병이었습니다.

  4. 대박대박 2010.02.10 16: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야.. 대박이네요..

    저도 한번 해보고 싶네요 ^^

  5. 뱅어 2010.02.10 17: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러워요 정말 유쾌하게 사시는 분인 것 같아요 ㅠㅠ

  6. MC지니 2010.02.10 18: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읽어보니 멋진 파티 같네요...
    저도 맥주를 참 좋아해서 그런지... 그분의 생일파티가 공감갑니다.
    아! 근데 ... 스타우트는 국산맥주입니다. ^^ 하이트에서 나온거죠~

    • BlogIcon 구르다 2010.02.11 01: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긁적 긁적,,제가 애주가가 아니라..
      미처 스타우트가 국내에서 만든 맥주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근데 생긴건 꼭 물건너 온 것 같이 생겼더군요..
      멋진 파티였습니다.

  7. BlogIcon 커피믹스 2010.02.10 18: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르다님 ! 메인 축하드립니다. ㅋㅋ.
    참 재미있는 선생님이시군요. 삶은 재밌게 살아야죠 ㅎㅎ
    참고로 제 생일은 설날전날이에요 ㅠㅠ

  8. 야아 2010.02.10 19: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생일이랑 같네요 ㅋㅋ
    저도 2월 6일이 생일~

  9. moon 2010.02.10 19: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술은 안마시지만 참으로 부럽네요
    소박하고 멋진 친구분들 보니 당신도 멋진 분일듯해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BlogIcon 구르다 2010.02.11 01: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술을 마시지 못합니다.

      멋진분..감사드립니다.
      아직 멋지다 이렇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군요.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고 있습니다.

      예, moon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0. 행복술 2010.02.10 19: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따뜻함이 묻어나는 일상의 재미난 글이네요.
    남은 술은 모두 제꺼라 더욱 행복하다는
    그 분의 말씀이 가슴에 와닿네요.^^

    • BlogIcon 구르다 2010.02.11 01: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저는 그 말이 그렇게 와 닿지는 않습니다.
      아직 60병이나 남았다고 하는데..
      술꾼들 대동하고 하루 날잡아 쳐들어가야 겠습니다..
      아님..필요할 때 내 놓으라고 협박을,,ㅋ

  11. 윤영금 2010.02.10 19: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담에는 저도 좀 불러주세요 재미 만땅 으로 만들어 드리겟습니다 010-3182-9980

  12. 카스! 2010.02.10 19: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재미있네요 ㅎㅎ 저도 그러볼까요?

  13. 남은 맥주 주인 2010.02.10 21: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6^
    아직 맥주 60병 정도가 남아있습니다.
    정말 재밌습니다. 매년 하고 있는데 '구르다'님은 처음 오신것이고요..
    요리를 하나씩 해와서 초딩부터 40대까지 소극장을 빌려서 '성탄파티 1박 2일'도 해보시고요,
    배낭여행할 때 100인명단 적어서 후원금 " 삥" 얻어 1년 떠나있어보고요, 새로운 도전 결심할 때 큰돈없이 십시일반 개미떼로 몰아주기도 해보셔요..
    수십억 부자들은 없지만 친구를 위해서 시간과 1만원을 기꺼이 내는 사람은 많으니깐요..

    내년 저의 생일파티의 주제는 '전통주'로 정했답니다.
    내년에 저의 파티에 오실래요^^ 양손에 생탁 2병들고 위장은 비워서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이웃과 더불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 BlogIcon 구르다 2010.02.11 01: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날 일찍 잠드신 것 같은데..
      다음날 문자받고 상태는 양호하다는 것을 알았다우,,
      다음날 김해, 부산, 진해로 산 두개를 넘었더니..
      이번주 초는 좀 피곤했다우..
      열심히 걷고 있는데..드르륵,,,그리고 웃었다우..

  14. 남은맥주 주인의 매니저입니다 2010.02.10 21: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년 저는 여자친구의 생일날이 다가오면 겁이나기 시작합니다.
    이런 생일축제(?)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많은 희생이 따르거든요.
    그 희생에는 저와 그녀의 제자가 있습니다.
    또한 얹혀사는 바른생활 청년도 있고요.
    올해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했습니다.

    저희도 팀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서 이 이야기를 할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먼저 구르다님이 선수를 치셔서....흐흐

    암튼 이날 고생 무쟈게 했습니다. 밥준비부터 뒷정리, 마무리까지...
    내년이 또 무서워지지만 당근 제 생일날에도 비슷하거든요..
    그날은 제가 왕이라서요....ㅋㅋ

    • BlogIcon 구르다 2010.02.11 01: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날 손님 친다고 고생하셨지요..
      잘난(?) 여친 둔 죄(?)라고 생각하세요.

      생일날 불러주세요..
      그날은 이번에 제작한 영화상영도 합시다..
      빔은 준비해 가리다..

  15. 겨울비 2010.02.10 21: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부럽습니다 저도 맥주 엄청 좋아하는데 다가오는 저의 생일날도 한번 따라 해봐야겠어요
    내년 생탁파티에 초대해 주세요~~ㅎㅎ

  16. 착한악마 2010.02.10 22: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귀엽네요.

    • BlogIcon 구르다 2010.02.11 0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허걱,,그녀가 귀엽다..
      70년생이면 귀엽은 아닌데..ㅋ
      그녀가 보면 큰일날 댓글인데..ㅜㅜ

      그녀의 마음씀은 아주 귀여운것은 사실입니다..

  17. 이은진 2010.02.11 10: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사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이은진

    • BlogIcon 구르다 2010.02.11 11: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날 설이사님의 생일잔친가
      평소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그런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 맥주주인 2010.02.11 14: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단 한가지 걱정은 제집에 머물고 있는 제자 한놈이 저녁마다 맥주 1~2병 축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술병에다 번호를 적을 수도 없고 이미 세계맥주는 제자 뱃속을 거쳐 오수관으로 갔고, 한국맥주도 풍전등화입니다.
      ㅠㅠ

    • BlogIcon 구르다 2010.02.11 15: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게 부려 먹어도..
      일당은 주고 부려 먹어야지..

      그날 독으로 일을 다했으니..
      홀짝 홀짝 꺼내 먹어도 할 말이 없지요...

  18. BlogIcon URBANNOISE 2010.02.12 00: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가워요~ㅋ원래 집은 남양동인데 회사땜에 부산에서 지내고 있어요~ㅋ친하게 지내요^^자주 널러올께요~~

  19. 조카인 설재민 2010.02.16 21: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은 술이60병.... 왠지 남은거 가졌다고는 했지만 60병이라니... 왠지 설날에 술이 많이보이더라...... 고모 과음하지마세요~

  20. BlogIcon 시작이 반 2010.02.18 15: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샘 생일이었네요...참 설샘 답다 ㅎㅎ

  21. 이은숙 2010.06.29 15: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따뜻하게 사시는 분이예요

    그 따사로움을 나눠줄줄도 아는분이구요

    늘 본받으려 노력한답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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