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습관 때문인지 한 권의 책을 읽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몇 달 전부터 읽고 있는 미디어2.0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분위기 전환용으로 잡은 책이 소아과 의사 고경남이 쓴 남극 이야기책인 '서른셋, 지구의 끝으로 가다'이다.

사진이 많아 쉽게 보겠다 싶어 손에 든 책이다.
사진을 넘겨보다. 글도 조금씩 보게 되고, 그래 읽어보자 싶어 뒤에서부터 읽기 시작하였다.

3부 남극의 풍경이 끌렸기 때문이다.
읽어 가면서 자연스럽게 책 속으로 빠져드는 책이다.
적어도 미디어2.0 보다는 훨씬 재미있는 책이다.

남극의 빙벽이 시간의 저장고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남극의 공기 중 수증기가 얼어 생겨난 푸른빙벽, 살아생전 그것을 볼 행운이 따를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임에도 결코 가볍지가 않다.  중간 중간 마주치는 어떤 문장에선 지나치지 못하고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기억이 담긴바다
기억이 없다면 '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나'라는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기억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앞만 보고 걸어왔다.(192쪽)
그리움의 재료
그리움이란 두고 온 것,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것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다.(207쪽)


읽어 내려가다 보니 결코 미디어2.0에 비해 가벼운 책이 아니다. 아니 더 무거운 책이다.
창원도서관이 중심이 되어 펼치는 경남독서한마당에서 사서들이 추천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3부를 읽고 책을 덮었다.


책을 머리맡에 두고 읽을 생각이었다.
올해만 해도 읽다가 덮어둔 책들이 여러 권이다.
책에 대해 폭식과 편식을 하는데 근래에는 잡식을 하는 것 같다.


2부 남극의 생명
생명에는 너무나 가혹한 남극대륙 그러나 그 가혹한 남극대륙에도 생명이 대를 이어가는 것은 경이로움이다.

겨울 속으로 들어가는 황제펭귄을 보면서 생존의 법칙과 자식에 대한 부모마음을 느끼고, 펭귄수업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해표, 평화롭거나 혹은 고단하거나
어디선가 '남성들이여, 일부다처를 꿈꿔라'라는 내용의 글을 본 적이 있다. 과연 일부다처가 꿈꿀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수컷 코끼리해표의 모습을 보면 된다.(139쪽)

이 대목에서는 '일부일처제가 되면서 비로소 약자들도 짝을 만나게 되었다.'는 가깝게 지내는 사회학교수님 말이 생각났다.

어쩌면 인간은 일부일처제를 수용하면서 사회학적으로는 동물에서 벗어나게 된 것 아닐까?
우수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것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나 동물적이다. 강인함의 상징이 되버린 고대 스파르타의 우생학도 따지고 보면 코끼리해표의 그것과 다르지 않고, 나치즘 역시 그렇다는 생각이다.
SF영화에 나오는 복제인간이나, 인공수정 역시 어찌 보면 그것은 인간적이지 않고 동물적이다.
또, 혼인관계로 사회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도 동물적 생존 본능의 연장인 사회적 생존 본능이다.

1부 남극의사람
세종기지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 특별할 것 같은데 특별하지 않은 세종기지의 일상, 그러면서도 특별하다.

지구 온난화와 무너지는 빙벽
라센 빙붕의 대규모 붕괴가 지구 온난화 문제의 생생한 예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단순이 온실 가스 문제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 4~6,000년 전에도 같은 지역에서 빙붕이 떨어져 나갔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이나 에너지 효율 기술이 발달한 선진국들은 에너지 관련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81쪽)



만약 1부부터 읽었다면 꽤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러나 3부부터 읽었기에 책과 남극대륙에 빠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소설책이 아니라면 가끔은 뒤에서부터 읽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 본다.

 서른셋, 지구의 끝으로 가다 - 10점
 고경남 지음/북센스




Posted by 구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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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Seon Yeong 2009.11.27 19: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 엄마한테 추천해 보고 싶어요!

  2. BlogIcon 유림 2009.11.29 11: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속독하는 저에겐 조금 벅찬 책일까요?
    그래도 읽어 보고 싶네요